1. 된장의 보존력과 소금 농도, 그 상관관계
된장은 한국 전통 발효식품 중에서도 오랜 시간 보관이 가능한 식품으로 유명하다. 항생제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된장은 고온다습한 여름에도 상하지 않고 장기간 보존이 가능했으며, 심지어 몇 년 이상 묵힐수록 맛이 깊어지는 특징까지 가지고 있다. 이러한 놀라운 보존력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소금 농도’다. 된장은 콩으로 만든 메주를 소금물에 담그는 것에서 발효가 시작되며, 이때 사용되는 염도는 발효의 방향과 미생물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소금은 단순히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료 이상의 기능을 한다. 미생물의 삼투압 조절, 세포막의 안정성, 단백질 합성 및 효소 활성 조절 등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광범위하게 관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금 농도가 변화하면 된장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생물 군집의 구조도 함께 바뀌며, 그 결과 유익균의 증식 여부나 유해균의 억제 효과 또한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소금 농도가 된장의 미생물 생태계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고염 환경에서 살아남는 유익균: 고초균의 생존 전략
된장 발효의 핵심균인 **고초균(Bacillus subtilis)**은 고염 환경에서도 활동 가능한 대표적인 유익균이다. 고초균은 메주를 발효시킬 때 주요 단백질 분해 효소와 펩타이드를 생성하여 감칠맛을 유도하고, 항균 펩타이드인 서브틸린(subtilin)이나 바실리신(bacilysin) 등을 분비해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이 균은 최대 18% 염도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하며, 다른 유익균들이 감소하는 환경에서도 유일하게 존재감을 유지하는 강한 내염성을 갖고 있다.
고초균의 이러한 생존 전략은 세포막에 특수한 지질구조를 형성하거나, 염 스트레스를 감지해 삼투 보호 물질을 세포 내에 축적함으로써 고염 환경을 견디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이처럼 고초균은 염분이 높은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된장의 유익한 성분을 형성하고, 동시에 병원성 균주의 성장을 억제하는 주역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15% 이상의 고염도 환경에서는 고초균의 비율이 전체 미생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는 소금이 높을수록 부패를 억제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이기도 하다.
3. 유산균과 중엽 환경의 균형점
유산균은 일반적으로 낮은 염도에서 가장 활발히 증식하는 미생물로 알려져 있다.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spp.), 류코노스톡(Leuconostoc spp.), 페디오코커스(Pediococcus spp.) 등은 된장 속 단맛과 신맛의 복합적인 맛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며, 젖산을 생성해 pH를 낮춤으로써 병원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이들 유산균은 10% 이상 소금 농도에서는 생장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며, 15% 이상에서는 거의 사멸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그렇다고 유산균이 필요 없는 존재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산균이 활발히 활동하는 8~12% 염도 구간은 발효 중기에 맛과 안전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시기다. 이 염도 구간에서는 유산균이 생성한 젖산과 박테리오신이 초기 부패균을 억제하고, 고초균이 뒤이어 우점종으로 자리 잡으며 된장의 장기 안정성을 유지하게 된다. 이처럼 유산균은 일정 수준의 소금 농도에서만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발효 전후의 염도 조절은 발효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4. 유해균 억제에 미치는 소금 농도의 임계값
된장은 외부로부터 유입될 수 있는 다양한 부패균과 병원성 미생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대표적인 유해균으로는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 spp.), 살모넬라(Salmonella spp.), 대장균(Escherichia coli)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쉽게 증식하여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이들 균은 대부분 고염 환경에서 증식이 어렵다는 특성이 있으며, 특히 12% 이상의 염도에서는 생장이 극도로 억제된다.
실험적 연구에 따르면, 소금 농도가 10% 이하일 경우 클로스트리디움과 같은 혐기성 균들이 부분적으로 활동 가능하며, 아플라톡신 생성 곰팡이도 일부 활성화될 수 있다. 반면, 14~16% 염도에서는 대부분의 병원성 미생물의 증식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전통적인 된장의 보존력은 단순한 고염 상태가 아니라, 유익균의 생장 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유해균이 생장하지 못하는 절묘한 염도 균형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5. 염도 변화에 따른 미생물 생태계의 전환점
된장 발효 과정에서는 염도에 따라 미생물 생태계가 점진적으로 전환된다. 발효 초기에는 염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유산균과 일부 효모가 우세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분이 증발하거나 염도가 재조정되면서 고초균과 내염성 곰팡이가 주도하는 생태계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미생물 군집의 변화는 발효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흥미로운 점은 발효 중간에 염도를 조절할 경우, 발효 실패나 독성 물질 생성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염도를 급격히 낮추면 유해균의 급증으로 인해 아민류나 유해 독소가 생성될 수 있으며, 발효 속도나 향미도 불균형하게 된다. 반면, 너무 높은 염도를 처음부터 적용하면 발효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지고, 된장 특유의 깊은 맛이 부족하게 된다. 전통 장독대 방식에서는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염도를 13~15%로 조절하고, 자연 증발과 간장 분리를 통해 미생물의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
6. 현대 발효 공정에서의 소금 농도 최적화
현대에 이르러서는 된장의 발효도 과학적 제어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통 방식과 달리, 발효실에서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소금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저염 식단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취향에 맞춰 저염된장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저염된장은 일반 된장보다 부패 가능성이 높고, 유해균의 증식 위험도 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초균을 주입하거나 항균 유산균을 사용한 스타터 배양이 함께 활용된다.
한편, 유럽과 일본에서도 된장의 발효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자국 식품의 장기 보존기술에 응용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일본의 된장(미소)은 평균 10~12% 염도로 발효되며, 유산균의 활성을 최대화하는 대신 유해균 억제를 위해 발효시간을 짧게 가져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한국 된장은 비교적 고염으로 숙성기간이 길고 유익균의 안정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소금 농도와 미생물 간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발효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식품 안전성과 풍미를 동시에 확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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