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 기간이 미생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된장은 발효 기간이 길어질수록 맛과 향뿐만 아니라 미생물 구성도 현저히 달라진다. 특히 6개월 된장과 3년 숙성 된장은 그 내부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과 우세종의 특성, 그리고 유전자 발현 양상에 차이를 보인다. 미생물 군집의 변화는 단순히 개체 수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와 곰팡이, 효모가 교체되며 새로운 대사경로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생물의 차이는 육안이나 맛으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DNA 분석 기술, 특히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Next-Generation Sequencing)**을 통해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발효식품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생물의 유전정보를 분석하여, 종류별 분포 비율과 기능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6개월 된장의 미생물 군집 구조
6개월 된장은 발효 초기에서 중기로 접어드는 시기로, **고초균(Bacillus subtilis)**을 중심으로 한 그람양성균이 지배적인 시기이다. 이 시기의 된장은 단백질과 탄수화물 분해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생물 개체 수는 높지만 종 다양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NGS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시기의 미생물 군집은 약 70% 이상이 고초균 계열이며, 나머지는 소수의 유산균, 효모, 간혹 환경에 따라 아스퍼질 루스균(Aspergillus oryzae)이 존재할 수 있다.
DNA 프로파일링을 보면, 고초균의 aprE, nprE 유전자와 같은 단백질 분해 효소 유전자가 활발히 발현되고 있으며, 당분 대사를 위한 amyE 같은 아밀라아제 유전자도 다량 확인된다. 이러한 유전자는 된장의 풍미를 만들고, 질감과 맛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시기의 된장은 아직 복잡한 향기 대사 경로가 활성화되기 전 단계로, 향미 복합성은 부족한 편이다.
3년 숙성 된장의 미생물 변화 양상
3년 이상 숙성된 된장은 발효가 안정기에 접어든 상태로, 초기 우점균이 사라지거나 포자 상태로 전환되고, 새로운 저온성 및 고염 환경에 적응한 미생물이 등장하게 된다. 대표적인 종으로는 Tetragenococcus halophilus(소금 내성 유산균), Lentibacillus spp., 그리고 Halomonas spp. 같은 극한 환경 적응형 균주들이 있다. 또한 효모 중에서는 Candida zeylanoides나 Zygosaccharomyces rouxii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NGS를 통한 DNA 분석 결과에서는, 초기의 고초균 관련 유전자의 발현은 낮아지지만, 그 대신 지질 분해 유전자, 방향족 화합물 대사 유전자 등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들 유전자는 장기 숙성 과정에서 복잡한 향기 성분을 형성하며, 깊은 풍미와 숙성 특유의 고소함을 만든다. 미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도 3년 숙성 된장은 6개월 된장보다 **샤넬지수(Shannon index)**가 2배 이상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많다.
핵심 유전자 차이: 아미노산 대사와 방향족 화합물
두 된장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기능 유전자의 구성이다. 6개월 된장은 주로 단백질 가수분해 및 당 분해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높은 빈도로 검출되며, 이 시기는 주로 기초적인 맛 형성의 단계에 해당한다. 반면, 3년 숙성 된장에서는 아미노산 전환 경로, 지질 산화 경로, 폴리페놀 변형 경로 등의 유전자가 강하게 검출된다.
특히, **글루탐산을 γ-아미노부티르산(GABA)으로 전환하는 유전자(gadB)**가 3년 숙성된장에서 더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GABA는 감칠맛을 강화하는 동시에 건강 기능성도 가지는 물질이다. 이와 함께, tyrP, aroA 등의 방향족 아미노산 대사 유전자 역시 3년 숙성된장에서 다량 검출되며, 이는 된장의 숙성 향미와 관련이 깊다.
숙성 환경과 유전체의 상관관계
된장의 숙성 환경(온도, 습도, 염도, 용기 재질 등)은 미생물의 생존과 유전자 발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6개월 된장은 일반적으로 20~25도 내외의 실온에서 발효되며, 산소와의 접촉이 많은 환경이다. 이로 인해 호기성 균이 우세하게 작용하고, DNA 분석 시 산소 이용 대사 유전자가 주로 발견된다.
반면, 3년 숙성된장은 대부분 온도가 낮고 산소가 거의 없는 조건에서 천천히 숙성된다. 이에 따라 혐기성 또는 통성혐기성 균주가 증식하게 되며, 해당 미생물들의 유전자 특징도 변한다. 예를 들어, 산소 대사 억제 유전자, 소금 내성 유전자(nhaC, betL), 항산화 관련 유전자(katA, sodA) 등이 검출되며, 이는 미생물이 열악한 환경에 적응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숙성 조건의 변화는 단순히 맛의 차이를 넘어, 유전체 레벨에서 생존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
기능성과 안전성 측면의 DNA 분석 결과
미생물 DNA 분석은 된장의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특히, 3년 숙성된장에서는 기능성 펩타이드 생성 유전자, 항염증 물질대사 유전자, GABA 생산 유전자의 발현이 높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숙성된장은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심혈관 보호, 신경안정, 항산화 효과를 지닌 발효식품으로 평가된다.
반면, 6개월 된장은 아직 이런 기능성 성분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건강식품적 가치보다는 조리용으로 적합하다. 한편, DNA 분석은 식품의 안전성 확인에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병원성 대장균(E. coli O157)이나 리스테리아균(Listeria monocytogenes) 등 유해 미생물의 DNA 흔적이 검출되는지 확인함으로써, 전통된장의 위생 상태를 비침습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서는 장기 숙성된 된장이 더 높은 보존성을 보이며 유해균의 유전자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미생물 DNA 분석이 전통 된장의 미래에 주는 시사점
과거에는 된장의 맛과 품질을 경험적 기준으로만 평가했지만, 현대에는 유전체 수준에서의 정밀한 분석을 통해 발효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6개월 된장과 3년 숙성된장의 DNA 차이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만이 아니라, 미생물 생태계의 진화와 그에 따른 기능 유전자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곧 된장의 기능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숙성 조건과 미생물 조합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앞으로는 전통 제조 방식과 현대 생명공학 기술이 접목되어, 표준화된 발효공정, 맞춤형 미생물 배양 기술, 기능성 성분 강화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는 단지 숙성 연도나 브랜드가 아니라, 미생물 유전자 정보와 기능성까지 고려한 맞춤 된장 선택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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